[Intro]
금은 시장에서 달러, 국채 등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 중 하나로 선택받는 자산입니다. 전체 시장에 노이즈가 생기거나 공포가 엄습할 때 많은 투자자들이 금 투자에 나서곤 합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대표되는 금 가격이 최근 증시 급락과 함께 크게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증시 급락으로 단기간 마진콜에 대응하기 위한 수요가 급증하며 달러 유동성이 부족해졌고 금과 국채 등 안전자산을 모두 내던지며 오로지 달러에 시중 자금이 몰입되는 국면이 전개되기도 했습니다.
처음있는 일은 아닙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단기간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달러 인덱스가 폭등하고 금 가격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리스크가 급격하게 불어닥칠 때 안전자산인 금마저도 외면받는 상황이 단기간 발생하기는 했지만 당시에도 결국 금은 안전자산으로써 그 가치를 증명해냈습니다. 오늘은 왜 현재 시점에서 금과 은에 투자하는 것이 매력적인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Point 1] - Fed의 제로금리와 행정부처의 유례 없는 추경안
금은 본질적으로 무수익 자산입니다. 어떠한 이자도 붙지 않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없다면 매년 인플레이션율만큼 손해를 보게 됩니다. 따라서 고금리 시대에는 달러화 예금, 국채 등 여타 안전자산에 비해 외면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제로금리 시대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막대한 현금 유동성이 풀리게 되면 자연스레 현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자산의 가치가 상승하게 됩니다.
Fed는 한국시간 3월 4일 Inter Meeting을 개최하여 기준금리를 단번에 50b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습니다. 열흘이 조금 지난 3월 16일 재차 Inter Meeting을 개최하여 단번에 100bp를 또다시 인하하며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습니다. 미연준은 이에 그치지 않고 역사상 유례 없는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선포했습니다. 국채와 MBS(주택저당증권)를 한도 없이 매입하겠다는 스탠스를 발표했으며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앞으로 모든 범위의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행정부도 가만있지 않았습니다. 미행정부는 GDP의 10%에 달하는 경기부양 패키지를 내놨고 독일은 210조원 규모의 추경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금융위기의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중앙은행과 행정부는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고 앞으로 시중에는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계속해서 풀리게 될 것입니다. 단기간 달러 부족으로 달러 Index가 치솟는 현상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제로금리와 추경안 등 유동성의 확대는 기본적으로 현금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정책이며 금과 같은 안전자산의 가치 상승 동인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Point 2] - 과거 사례에 대한 학습효과
달러 가치와 금의 가치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막대한 현금이 시장에 풀리며 달러가 흔해지는 시기에 반대로 금의 가격은 상승하게 됩니다. 상기 자료에서 파란선은 달러 Index, 붉은 선은 골드의 가격추이를 보여줍니다. 2008년 회색 음영부분에서 달러 Index가 치솟은 모습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시장에 위기가 불어닥쳤음에도 금 가격은 단기간 하락하는 모습 또한 볼 수 있는데 달러를 구하기 위해 금이든 채권이든 모든 안전 자산을 내던지던 수일 전 모습과 유사한 흐름으로 시장 상황이 전개되었습니다.
당시는 08년 4분기부터 제로금리 시대에 돌입하게 되는데 결국 막대한 달러 화폐가 시장에 풀리며 단기간 치솟았던 달러 Index는 급격히 힘을 잃었고 금은 채 2년도 되지 않는 기간에 2배가 넘는 가격 상승을 시현했습니다. 증시 역시 거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09년 1분기부터 턴어라운드에 돌입하였으나 08년 4분기~12년 1분기까지 금은 증시보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제로금리 정책을 편다고 금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제로금리는 2008년 4분기부터 2015년 4분기까지 유지되었지만 금 가격은 2012년을 기점으로 꺾이게 됩니다. 1년 이상 증시가 상승하자 시장참여자들의 Risk-On 현상이 강화되었고 증시의 상승폭이 가파르게 진행되며 안전자산인 금은 반대로 외면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급격한 위기로 증시가 크게 꺾인 직후에는 증시가 상승하더라도 여전히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지속되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증시보다 우수한 성과를 거두는 구간이 존재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은 가격은 어땠을까요? 은은 금에 비해 안전자산으로 선호되는 현상이 약한 편입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보유하긴 하지만 은을 보유하진 않고 투자자들도 금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헷지를 하려는 수요는 있지만 은으로 헷지를 하려는 수요는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은은 시장에 큰 위기가 불어닥칠 시기에 금에 후행하여 단기간 업슛을 시현하는 구간이 존재했으며 탄력성은 금보다 더욱 큰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은은 금에 비해 산업기술용 비중이 높은 자산입니다. 일정 부분 산업경기와 커플링될 수 밖에 없는 자산인 것이죠. 금은 그에 비해 골드바(투자용)과 중앙은행 비축 용도의 비중이 전체 용도의 40%에 달합니다. 실버바 용도 비중이 18%에 불과하기 때문에 은이 금에 비해 안전자산으로써 비교열위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안전자산 가격 상승에 편승한 투기세력이 후행적으로 단기간 은의 가격을 4배 가까이 끌어올리며 극단의 가격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고, IT버블 붕괴와 석유파동 당시도 은은 금의 가격 상승에 후행적으로 편승하여 단기간에 업슛을 시현한 바 있습니다. 대위기가 찾아왔을 때 은은 그 위용을 언제나 시장에 과시한 바 있다는 점에서 향후 금의 가격 상승이 지속된다면 은 역시 후행적으로 금의 상승세를따라가는 구간이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Conclusion]
시장에 위기가 찾아올 때 단기간 달러에 모든 자산이 과몰입되는 현상은 동일하게 관찰되었습니다. 미연준과 행정부는 막대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여 위기를 해결했고 그 유동성은 특정 자산들의 가파른 가격 상승을 이끌어냈습니다. 이번 위기 역시 단기간 달러가 온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하는 구간이 있었지만 결국 시중에 무차별적으로 풀린 현금은 그 가치를 반감시키게 될 것이고 특정 자산의 가파른 가치 상승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현재 시장에는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유동성이 풀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학습해야 합니다. 가파른 증시 폭락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힘겨운 상황에 놓여있지만 위기의 순간에 큰 기회 역시 찾아오는 법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금과 은에 투자할 정말 좋은 시기, 그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